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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횡설수설] 로톡 갈등 / 장택동 논설위원

    크고 작은 다툼이 법적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1년에 약 50만 건의 고소·고발이 벌어지고 500만 건 가까운 민사 소송이 제기되는 게 현실이다. 송사에 얽힌 시민의 눈에 법조문은 암호처럼 어렵고,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할지도 막막하다. 변호사와 상담하고 싶어도 얼마나 달라고 할지,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걱정이다. 변호사 3만 명 시대를 맞았지만 아직 변호사와 시민 사이의 거리는 가깝지 않다. 그 틈을 로톡 등 법률 플랫폼이 파고들고 있다. ▷시민들이 법률 플랫폼을 찾는 이유는 단순하다. 편하고 싸기 때문이다. 로톡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이혼, 성범죄, 임대차 등 70여 개 분야별로 변호사들이 등록돼 있어 원하는 변호사를 찾기 쉽다. 각 변호사는 다양한 방식의 상담을 제공하는데 15분 전화상..

    [한국경제 천자 칼럼] 되살아난 국어사전 / 고두현 논설위원

    고교 2학년 수업시간. 교사가 “영화 ‘기생충’의 가제(假題·임시제목)는 ‘데칼코마니’였다”고 말하자 학생들이 “가제는 랍스터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가제’ 뜻을 모르니 ‘바닷가재’로 받아들인 것이다. 얼마 전 EBS 다큐멘터리 ‘당신의 문해력’에 나온 장면이다. 중3 학생의 문해력도 30%는 미달, 11%는 초등학교 수준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지난달 발표한 국제학업평가에서 한국 청소년들은 문장 속의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는 능력(25.6%)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글자만 알지 문장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순우리말 뜻은 더 모른다. 지난해 광복절 연휴가 사흘로 늘었을 때 “3일을 왜 사흘이라고 하느냐. 사흘은 4일 아니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그나마 올 들어 국어사전 ..

    [한겨레 아침햇발] 후쿠시마 오염수, '반일' 아닌 세계의 문제다 / 박민희 논설위원

    [한겨레 아침햇발] 후쿠시마 오염수, '반일' 아닌 세계의 문제다 / 박민희 논설위원

    원폭 피해 국가임을 내세워 온 일본이 대량의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쏟아버리기로 결정했다. 역사상 최악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일으키고도 일본 시민들과 주변 국가에 제대로 사과하지도 책임지지도 않은 채 미국의 지원을 앞세워 오염수 방류를 강행하려는 행태는 식민지배와 전쟁의 책임을 외면하고 그 기억마저 지우려해온 일본 권력자들의 태도가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강상중 전 도쿄대 교수는 에서 "왜 일본에서 인류 역사의 비극이 반복되는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미나마타의 전례 없는 공해, 후쿠시마 원전 폭발같은 묵시록적 사건들이 왜 되풀이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일본 근대국가가 '약한 사회위에 우뚝 솟은 국가주의의 생리'를 버리지 못하는 것을 원인으로 진단했다. "전쟁과 사고는 성격..

    [한겨레 유레카] '생선가게 고양이' LH 왜? / 곽정수 논설위원

    [한겨레 유레카] '생선가게 고양이' LH 왜? / 곽정수 논설위원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다수의 국민은 '생선가게 고양이'라는 불신의 시선이 여전하다. 추가 투기 의혹이 이어지고, 국토교통부 등의 '셀프조사'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급기야 정부합동특별조사본부가 전면수사에 나섰다. 엘에이치의 개발정보 유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창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9월 정부가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후보지를 먼저 공개했다. 엘에이치 직원이 후보지를 지자체와 국회의원실에 넘기는 과정에서 유출돼 국민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비슷한 시기 고양 원흥지구 개발 도면도 엘에이치 직원들에 의해 유출됐다. 실제로는 사례가 훨씬 많은데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는 의심이 적지 않다. 엘..

    [동아일보 횡설수설] 하얀 석유 / 이은우 논설위원

    [동아일보 횡설수설] 하얀 석유 / 이은우 논설위원

    위성에서 본 남미 안데스 산맥에는 흰 점들이 찍혀 있다. 주로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가 맞닿은 곳이다. 만녀설이 아니다. 빙하기를 거치며 안데스의 눈 녹은 물들이 증발을 거듭해 소금만 남은 소금평원(salt pan)이다. 해발 4000m, 홍학과 야마(llama)의 땅. 그곳에 '하얀 석유'가 있다. 소금 속 리튬이다. 배터리 소재인 리튬은 전기차 시대를 맞아 하얀 석유로 불린다. 값이 폭등하면서 포스코가 확보한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鹽湖)의 총 외형가치는 35조 원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포스코 측은 매장된 리튬으로 2차전지용 탄산리튬을 생산한다고 가정하고, 현 국제 시세를 적용하면 약 35조 원의 누적매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막대한 생산 비용을 감안하면 실제 염호의 가치는 훨씬 낮을..

    [동아일보 천자칼럼] 윤석열의 '별의 순간' / 김동욱 논설위원

    [동아일보 천자칼럼] 윤석열의 '별의 순간' / 김동욱 논설위원

    '슈테른슈툰데(Sternstunde)'라는 독일어 단어는 '별의 순간' '별의 시간' 정도로 번역될 수 있다. 독일어권에서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에 대한 비유적 표현으로 흔히 사용된다.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 철학자 프리드리히 헤겔, 군인 알브레히트 발렌슈타인 등 적잖은 유명 인사들이 심취했던 점성술(占星術)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별의 순간'이란 표현을 대중화한 이는 오스트리아 전기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다. 국내에선 《광기와 우연의 역사》라는 타이틀로 잘 알려진 1972년 그의 저서 원제는 '인류의 별의 순간(Sternstunden der Menschheit)'으로 비잔티움(동로마)제국 최후의 날, 나폴레옹 몰락의 순간, 봉인 열차를 타고 러시아로 들어간 블라디미르 레닌 등 세계사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