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겨레 아침햇밭] 한국경제, 경고음이 높게 울린다 / 이봉헌 논설위원

    [한겨레 아침햇밭] 한국경제, 경고음이 높게 울린다 / 이봉헌 논설위원

    한국 경제에 저고도 경보음이 계속 울리고 있다. 기수를 신속히 들어 올리고 엔진의 출력을 올려야 눈앞의 산봉우리를 피할 텐데 양력이 좀체 붙질 않는다. 생산, 소비, 투자, 수출, 부채, 재정 등 주요 경제지표에 일제히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이런 일이 전임 정부에서 벌어졌다면 보수 신문과 경제지들에 ‘가루가 되도록’ 까였을 텐데, 윤석열 정부는 불공평하게도 기울어진 경제 저널리즘 덕을 보고 있다. 하지만 언론이 살살 다룬다고 현실이 부드러워지는 게 아니어서, “이젠 손들고 싶다”는 자영업자의 탄식과 “우리 경제 이대로 가면 큰일 난다”는 전문가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는 쪼그라들고 뒷걸음질하고 있다. 한국이 유엔 기구에서 선진국으로 공식 인정된 게 2021년이다. 그 1년 전 한국의 경제규모는..

    [한겨레 유레카] 탈진실 시대의 '무지'와 무시 / 안영춘 논설위원

    [한겨레 유레카] 탈진실 시대의 '무지'와 무시 / 안영춘 논설위원

    ‘무지’와 ‘무시’는 획 하나만 다르지만, 뜻이 가깝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남’(타자)과 ‘님’의 관계처럼, 우연히 표기만 닮은 거라 여겨진다. 영어 ‘ignorance’(무지)와 ‘ignoring’(무시)을 보면 느낌이 사뭇 다르다. 표기만 닮은 게 아니다. 동사 ‘ignore’는 ‘무지하다’와 ‘무시하다’의 뜻을 모두 갖고 있다. ‘모르는 것’과 ‘알은체하지 않는 것’은 뿌리가 닿아 있다는 듯.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가 모른다고 할 때, 그것은 정말로 모르는 것일까? 철학자 낸시 튜어나는 무지를 4개 영역으로 나눴다. ①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것, ②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 ③ (특권을 가진) 타인의 바람 때문에 모르는 것, ④ 의도적인 무지(레테나 샬레츨 지음,..

    [한겨레 유레카] 징벌적 손해배상과 형사처벌 / 박용현 논설위원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표현의 자유 옹호단체들은 명예를 훼손하는 언론 보도에 대한 민형사 제재와 관련해 많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형사처벌은 정당한 보도마저 주저하게 만드는 ‘위축 효과’가 가장 크기 때문에 민주주의 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엔인권위원회는 2011년 “회원국들은 명예훼손을 범죄로 다루지 않는 것을 고려해야 하며, 특히 징역형은 결코 적절한 제재 수단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지속적으로 “형사적 제재, 특히 징역형은 절대 가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명예훼손죄를 두고 있는 국가에 폐지를 권고해왔다.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을 폐지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영국에서는 1970년대 이후 명예훼손으..

    [한겨레 유레카] '암흑물질은 없다', K-천문학의 대논쟁 / 손원제 논설위원

    [한겨레 유레카] '암흑물질은 없다', K-천문학의 대논쟁 / 손원제 논설위원

    암흑물질은 현대 천문학의 가장 뜨거운 주제다. 우리가 아는 물질과는 전혀 다른 성질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가정만 난무한다. 이름 자체가 알 수 없는 물질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일반적 방법으로는 탐지조차 할 수 없는 이 미지의 존재가 우주 전체에 지구나 태양 같은 보통 물질보다 훨씬 많이 존재한다고 보는 천문학자들이 다수다. 우주의 물질 총량 중 암흑물질이 70%, 물질이 30%라고 한다. 이 희한한 존재를 가정하는 것은 우주가 ‘가속팽창’을 한다는 관측 때문이다. 1998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솔 펄머터 교수와 하버드대 브라이언 슈밋, 애덤 리스 교수팀이 우주가 시간이 갈수록 더 빨리 커지고 있다는 관측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우주가 가속팽창을 하려면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많은 물질-에너지가..

    [한겨레 유레카] '생선가게 고양이' LH 왜? / 곽정수 논설위원

    [한겨레 유레카] '생선가게 고양이' LH 왜? / 곽정수 논설위원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다수의 국민은 '생선가게 고양이'라는 불신의 시선이 여전하다. 추가 투기 의혹이 이어지고, 국토교통부 등의 '셀프조사'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급기야 정부합동특별조사본부가 전면수사에 나섰다. 엘에이치의 개발정보 유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창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9월 정부가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후보지를 먼저 공개했다. 엘에이치 직원이 후보지를 지자체와 국회의원실에 넘기는 과정에서 유출돼 국민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비슷한 시기 고양 원흥지구 개발 도면도 엘에이치 직원들에 의해 유출됐다. 실제로는 사례가 훨씬 많은데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는 의심이 적지 않다. 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