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프랑스 노동자는 하루에 빵을 약 1kg어치 먹었다. 일일 섭취열량의 90%를 차지하는 빵을 사려고 하루 일당의 절반을 썼다. 1788년부터 이듬해까지 기상악화로 흉작이 거듭되며 빵값이 일당의 88%까지 치솟았다. 배급줄에 서더라도 도끼로나 잘릴 법한 검고 딱딱한 빵이 고작이었다.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이 19년이나 옥살이를 한 것은 정제 밀가루로 만든 귀족계급용 빵을 넘봤기 때문이다. 결국 ‘빵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식량폭동이 1789년 프랑스 혁명이라는 체제 전복으로 이어졌다. 모든 빵 재료는 동일해야 한다는 ‘빵 평등권’도 대두됐다.
아리스토텔리스가 말했듯 “혁명 그 자체는 작은 일이 아니지만, 작은 일에서 발생한다.” 식량 가격이 대표적이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은 인플레이션과 식량 부족으로 체제에 대한 국민 불만이 커진 데 따른 것이었다. 첫 조선총독을 지낸 데라우치 마사타케 일본 총리가 1918년 실각한 이유는 주식인 쌀 가격 폭등에 항의하는 일본 내 쌀소동을 조선에서 하던 식으로 강제 진압해 여론이 악화돼서였다. 2008년 식량위기 당시 세계 48개국에서 소요사태가 발생했고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로 독재정권 여럿이 전복됐다. 생활고에 분개한 스리랑카 시위대는 지난 7월 대통령을 쫒아내고 대통령궁을 점거한 바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가 최근 보고서에서 198개국 중 101개국에서 소요사태의 위험이 증가하면서 올 3분기 ‘사회소요지수’(CUI)가 2016년 집계 이래 최악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부터 스리랑카에 이르기까지 선진국과 신흥국을 가리지 않고 식량·에너지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 구매력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시위와 파업은 물론 폭동, 약탈, 정부 전복 시도까지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코로나19 대응으로 재정여럭이 소진돼 정부의 물가 개입은 쉽지 않은 반면, 방역을 이유로 제한돼온 집회는 가능해진 상황이다. 국제 식량가는 2020년 7월 대비 40% 이상 높은데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까지 겹쳤다. 지금도 세상이 뒤숭숭한데 앞으로 6개월간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한다. 유례없는 불만의 겨울이 오고 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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